영화 한 편을 골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후보작은 요즘 핫하다고 하는 '해리포터 신비한 동물사전' '형' '연애담' 이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경우 워낙 광고도 많이 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지라 처음에는 그 영화로 마음이 갔다. 하지만 입소문이 좋아 보러 간 영화에서 실망한 적이 많은 터라, 검색도 해보고 보고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우선은 내 후보목록에서 제외를 시켜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판타지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리고 따뜻한 웃음을 짓고 있는 두 여자의 모습을 담고 있는 포스터에 눈길이 갔다. 바로 '연애담' 이다. 보고 온 사람들의 평을 봤다. 호평일색이다. 상영관 숫자를 더 늘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많았다. 그리고 동성연애를 다룬 영화이다 보니,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대량으로 표를 예매했다가 상영 직전 바로 표를 취소해버리는 불매운동까지 한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무엇보다 동성애 영화라기 보다는 현실적인 연애를 그린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쏠렸다. 물론 영화 '형'도 무척 보고 싶었으나, 개봉전이라 아직 평가가 없었기에 '연애담'을 보러가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영화는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보았다. 영화관 B관이라고 하는데, 처음에 상영관을 바로 찾지 못해 애를 좀 먹었다. 코엑스 메가박스에 온 지가 좀 오래되어서 몰랐는데, 극장이 많이 바뀌었다. 아예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작은 영화관을 만든 듯 했다. 그리고 그 영화관 이름을 A, B, C,D 로 부르는 듯 했다. 여하튼 조금 헤맨 후 찾아간 영화관 B는 정말 작은 규모였다. 요즘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술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는 혼 시리즈가 유행인데, 이 작은 영화관에도 혼자 영화를 보러오신 분이 꽤 되시는듯 했다.
약간 셀레는 마음으로 영화 시작을 기다렸다. 영화의 첫 장면, 여자 주인공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시작된다. 여자 주인공 '윤주'는 몽롱한 듯,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는 표정이다. 무려 10초 이상 그 여자의 눈을 보여준 듯 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지루할 수 있는 시작이었는데, 묘하게도 빠져들었다. 눈으로 연기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 했다. 여자는 잠에서 깨어나려는 듯 애쓰는 듯한 눈으로 허공을 쫒다가 문득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급하게 가방을 챙기고 먹을 것을 입에 거의 쑤셔넣다시피 하면서 문 밖으로 나온다.
여자의 모습은 그냥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대학생의 모습이다. 평범한 단발머리, 화장 안한듯한 평범한 얼굴, 그리고 약간은 펑퍼짐하고 편안한 점퍼를 입고 청바지를 입는,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여대생의 모습이다. 물론 나중에 알았다. 그녀는 32살의 만학도이며, 대학원에서 졸업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설치조각가의 꿈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졸업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졸업작품 때문에 매일 고물상에서 냄비뚜껑을 고르고 적당한 것을 모은다. 거기에서 헌 책을 팔러 오는 한 여자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게 된다. 그리고 며칠 후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려는 그 여자를 다시 보게 되고, 신분증을 가지고 오지 않아 담배를 사지 못하는 여자를 대신하여, 담배를 대신 사준다. 그 여자의 이름은 지수 이다. 지수는 고마움을 표시하며, 자신이 일하는 바에 놀러오라고 한다.
윤주와 지수는 그후 놀라운 속도로 불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지수는 본인의 성정체성을 명확하게 알고 있는 레즈비언이었다. 가족에게는 연애에 관심이 없고 지금까지 한번도 연애를 해 본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지만, 사실 그동안 여자들과 연애를 해온 사람이다. 윤주는 반면 본인의 성정체성을 알지 못한 사람이다. 왜 연애를 안 하냐는 주변사람들의 질문에, '시간이 없어서' 라고 대답을 하지만, 본인이 연애를 안 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물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윤주가 동성애자인지 양성애자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윤주는 지수 가 여자이건 남자이건 사랑에 빠졌을 것이다. 지수로 인해 사랑을 깨달았고, 지수로 인해 연애의 아픔을 맛보기도 하였다. 윤주는 지수와 연애를 하면서 웃음이 많아졌고, 그녀와의 연애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 하였다. "나 연애한다. 나 여자친구 생겼다' 하고 말이다. 하지만 윤주의 사랑에 대해 안 절친한 친구는 순식간에 그녀를 곂에 두면 위험한 치한 정도로 생각해버린다.
지수 역시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아버지에 대해 드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 윤주를 조금씩 멀리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원하는데로 남자와 만나 데이트를 하지만, 조금도 즐겁지 않다. 그리고 남자에게 묻는다. 살면서 나쁜짓 해본적이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본인은 '거짓말'을 해왔다고 말한다.
본인을 멀리하는 지수 때문에 윤주는 괴로워하고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본인을 행복하게 하는 연애로 인해 본인이 세상에서 배척당할 수도 있게 된다. 지수는 윤주를 못 잊어 다시 돌아오지만, 이제 윤주의 마음이 괴롭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는 이렇게 열린 결말을 가지고 끝이 난다. 갑작스럽게 영화가 끝나 어리둥절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결론을 내줄 수 있단 말인가. 윤주와 지수의 연애 뿐만 아니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연애는 결말이 없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듯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다던가, 헤어져서 어떻게 되었다러던가 하는 것은 사실 영화이기 때문에 억지로 만들어낼 수 있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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