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 철칙은 현지식을 불평하지 않고 먹는다는 데 있다. 괜히 한국음식 찾지 말고, 고추장 된장 찾지 말고 현지인처럼 현지식을 최대한 먹는다는데 나의 여행철칙이 있다. 물론 배앓이를 한적도 있고 물갈이를 한적도 있는데 그럴 땐 가까운 한국 음식점에 가서 된장찌게를 국처럼 끓여달라고 하여 먹으면 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된장국을 먹으면 체증이 싹 가라앉고 속이 진정이 된다. 된장에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거나, 아니면 넌 한국인이야 라고 하는 점을 명확하게 해주려는 겨레의 비밀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된장국은 나의 소화제이다. 여하튼 현지식을 먹어봐야 진정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여행철칙을 정말 힘들게 만들었던 것이 바로 몽골 음식이다. 몽골 음식은 우리나라 음식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다. 내 생각으로는 유목민 문화 때문일 것이다. 계절에 따라 옮겨야 하는 유목민의 삶에서 무슨 음식 문화가 발달할 여유가 있었겠는가. 그냥 이동하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거나, 아니면 이동할 때 가지고 다녀도 상하지 않는 음식이 더욱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양, 소, 염소를 데리고 다니면서 식량으로도 써야 했으니, 고기 문화가 발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한 몽골 가이드 아가씨는 한국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했다. 겨울철에는 여행객이 별로 없어, 보통 한국에 가서 음식적에서 일을 하는데, 한국 음식이 너무 맛있다고 한다. 무엇이 그렇게 맛있었냐고 하니 '미역국' '콩나물국' '비빔밥' '양념갈비' 김치찌게' 줄줄 나온다.
내가 경험한 몽골의 음식은 대부분 고기와 유제품으로 이뤄져있다. 몽골인들은 여름에는 유제품을 먹고 겨울에는 고기를 먹는다고 한다. 고기는 양고기, 말고기, 낙타고기, 소고기 등을 주로 먹고 밀가루로 만든 국수 종류도 있다. 우유로 만든 수테차와 말젖으로 만든 발효술인 마유주 (아이락 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큼한 맛이 나는 우유과자도 있다.
수테차는 우유를 이용하여 만드는 고소한 맛의 몽골 전통 차 이다. 나는 일교차가 심한 몽골에서 아침에 먹는 수테차를 정말 좋아했다. 수테차는 보통 보온병에 넣어서 내온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에 마시면 온 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다. 또한 현지인의 게르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중앙난로에서 수테차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물이 귀한 몽골에서는 수테차를 식사전후에 물처럼 따뜻하게 마신다고 한다. 또한 여행객이 현지 게르를 방문할 때에도 수테차를 대접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몽골에 가면 한국 여행객들이 많이 먹는 것이 일종의 양고기 백숙인 '허르헉' 이다. 양을 한마리 잡아서, 고기와 내장을 분리하고, 통감자와 당근 등을 넣어서 찜기에서 푹 쪄낸다. 양 한마리 값과 허르헉 요리를 해주는 비용이 모두 합하여 2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허르헉 요리를 할 때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돌멩이도 찜기에 같이 넣는데, 뜨거워진 돌멩이를 먼저 꺼내 손에 문질러주면 혈액순환도 잘 되고 소독도 된다고 한다. 나는 허르헉을 두번 정도 먹었다. 한번은 현지 게르를 방문했더니, 그 자리에서 양을 한마리 잡아서 허르헉을 해주었다. 물론 짜여진 여행 프로그램이었겠지만.
현지게르를 가보면 양들이 근처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양들의 숫자가 많을 수록 부자라고 한다. 그리고 허르헉을 먹겠다고 하면, 양을 우선 울타리 안으로 몰아서 넣는다. 그리고 양 떼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적당한 크기의 양을 물색한다. 그리고 양을 잡아서 다리를 묶는다. 양들도 본인들이 처해진 상황을 잘 아는 듯, 울타리 안에서 도망다니기에 바쁘다. 사지가 묶인 양은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한다. 몽골인들은 양을 잡는 법을 어릴 때부터 배운다고 한다. 고통 없이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데, 양에게 고통을 주면 매우 혼이 난다고 한다.
가죽, 내장, 뼈를 분리한 양고기에 마늘 (마늘은 한국인들을 위해서 특별히 넣어주는 것이라고 한다) 통감자와 당근 등을 넣고 푹 삶아 쪄내는데, 실제로 먹어보면 기름기가 쏙 빠지고 맛있다. 예전에는 양 한마리를 잡아 허르헉 요리를 하는데 6~7만원대에서 가능했다고 하는데 관광객이 많아지고 수요가 점차 늘어나면서 요즘에는 18~20만원 정도로 값이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양 한마리로 허르헉 요리를 하면 성인 10명~15명 정도가 먹어도 적당하게 먹을 수 있다.
또한 허르헉을 할 때 양 간을 불에 구워서 주는데, 귀한사람에게 주는 고급 요리라고 한다. 그리고 허르헉 요리 중에서 양의 지방덩어리는 몽골인들에게는 가장 좋은 부위라고 한다. 추운겨울을 이겨내기 위해서 지방덩어리를 일부러 섭취한다고 한다. 실제로 허르헉에서 나온 지방덩어리를 한국사람들은 서로 안 먹겠다고 하는데, 몽골 가이드가 '이거 왜 안 먹어요?' 하면서 너무나 기쁘게 자기 입으로 쏙 집어넣는 것을 보았다. 한국인들에게는 냉대받는 지방덩어리이지만 몽골인들에게는 너무나 귀한 부위인 것이다.
한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게르를 방문하면 게르주인은 방문객에게 술을 대접한다. 보드카일 수도 있고, 전통 마유주일 수도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먼저 잔을 준다. 그래서 본인 나이보다 더 늙어보이는 사람이 가장 먼저 잔을 받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한다. 여하튼 게르 주인에게 술잔을 제일 먼저 받으면 '아 이 중에서 내가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구나' 라고 생각하면 된다. 게르 주인은 잔에 술을 아주 가득 채워서 주는데, 잔을 받은 사람은 끝까지 다 마셔야 예의이다. 주인은 술이 다 떨어질 때까지 술잔을 계속 돌리게 된다. 본인이 받은 술을 다 못 먹겠으면 먹을만큼만 먹고 양해를 구하고 다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우리나라 흑기사 개념처럼 다른 사람에게 마셔달라고 잔을 줘버리면 안된다. 반드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주인은 여기에 첨잔을 하여 다음 사람에게 돌리게 된다. 느낀 것은 몽골인들은 정말 술에 강하다는 것이다. 주는데로 받아 먹다 보면 초원 한가운데에서 만취가 될 수 있으니 주의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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